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유코리아] 답신
    드림/XXX홀릭 2023. 10. 31. 22:18

    ⓒTEAM_CHNA 님 cm


    망자가 돌아온다는 날.
    그리운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대신 그녀의 언어가 담긴 종이 한 장이 도착했다.





    유코 씨에게.

    솔직히... 놀랐어요.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어떻게 전해야 할지도, 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쪽에서 저에게 오는 게 가능했으니 그 반대도 가능할 거라고 믿어요.

    그날의 일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유달리 잠이 오지 않아서 무심코 밖으로 나왔는데, 당신이 달빛을 받으며...
    그날따라 술이 마시고 싶었어요. 평소에는 즐기지도 않으면서. 이상한 일이죠?
    가만히 당신 옆에 기대앉아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그때, 문득 입이 열렸어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둔 말까지 꺼내고 난 뒤였고요. 왜 그랬을까요?
    술기운 탓이었는지, 묘한 분위기 탓이었는지, 부드럽게 내려다보던 새빨간 눈동자 탓이었는지.
    ...어쩌면 모두 다일지도요.
    그냥 그때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아, 이 사람에게는 말할 수 있겠구나.' 하는 편안한 느낌이.

    당신은 분명 제가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바랐겠죠. 소원대로 저는 그들에게서 벗어나 자유로워졌지만, 이제는 당신에게 얽매여 있네요.
    후회는 없어요. 언제가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당신을 다시 볼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으니까요.
    다만... 당신이 이런 저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는 조금 두렵네요. 겨우 족쇄에서 벗어났는데 다시금 스스로 족쇄를 차는 꼴이 되었으니, 저를 한심하다고 여길까요? 저를 책망할까요?
    ......죄송해요.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유코 씨를.

    그러니 다시 한번 소원을 빌어 볼게요. 대가는 언제나 그랬듯 당신이 정해 주세요.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셀리아로부터.





    담배 연기로 가득한 방에 홀로 있던 여자는 오른손에 있는 곰방대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잠시 눈을 감고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이내 작은 탁자 위에 놓인 편지 봉투로 손을 가져갔다.
    이윽고, 봉투를 열어본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당신의 소원, 들어드리죠.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