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해(不可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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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선 탑' 던전 클리어 이후 시점
*모바일 게임 '명일방주'의 설정 일부 포함
민필리아 워드.
'새벽'의 맹주,
'초월하는 힘'을 가진 자,
그리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
온통 새파랗기만 한 공간에서, 나는 민필리아... 였던 '그것'과 마주했다. 하이델린의 일부가 된 '그것'은 내가 탈출한 이후의 일을 알려주었고, 그제야 나는 민필리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도, 분노도, 안도도, 슬픔도 아니었다. 오히려 커다란 의문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건 바로,
어째서 민필리아는 그런 선택을 한 거지?
세상을 위해 희생하다니.
가족이나 친구, 동포가 아니라 세상이라고?
애초에 '세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비단 에오르제아만 그런 것도 아니라, 카즈델도 똑같았다. 물론 고향이 적에게 짓밟혔을 때는 분노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세상은 그냥 내가 살아가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 가족, 넓게 보아 동포와 동료까지가 내가 신경 쓰는 최대한의 범위다. 그 이상은 고민해 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니까. 그리고 그 중 가장 우선하는 건 역시 나 자신이다. 남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내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민필리아는 세상을, 이 별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졌다. 자신의 목숨마저 불살라가면서.
동료를 위한 희생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라고? 왜? 세상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만일 누군가 "세상이 위험에 처했어."라고 한다면, 나는 "그래서 뭐?"라고 답할 것이다. 지금은 어쩌다 보니 세상을 구하는 여정의 한복판에 서 있지만, 그건 애정이나 책임감 때문이 아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전에 이 별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이유는 단지 그것 뿐이다.
그러나 민필리아는 다르다. 그는 이 세상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고, 스스로 이 별의 일부가 되기를 바랐다. 자신을 포기할 정도로 거대한 사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여정의 끝을 맞이하면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
확신은 없다.